중경삼림 (1) 사랑에 기한을 정한다면 만년으로
"사랑에 기한이 있다면 만년으로 하겠소."라는 대사는 서유기 선리기연에 나오는 대사인 줄 알았다.
그런데 지난 3월 즈음 중경삼림 리마스터링을 보고 나서야 이 대사가 중경삼림의 오마주였다는 것을 알았다. AI 활용 설정 중경삼림 중 사랑에 유통기한이 있다면 나는 만년으로 하고 싶다. 如果爱情也有流通期限, 我希望是一万年. 멋진 대사다.
심야 극장에서 중경삼림을 보고 나왔을 때, 캄캄한 밤하늘엔 보름달 하나만 떠있었고 나는 영화에 취해서 정처 없이 걸어 다녔다. 나는 원래도 걸어 다니기를 좋아하는 사람인데, 몽글몽글한 마음을 느끼며 가로수 길을 걸었다.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지만 도무지 글이 써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얼마 전에 이 영화의 감독인 양가위의 다른 작품인 '화양연화'를 보고 난 후에 이 최고의 영화를 말하기 이전에 중경삼림이 선행되어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중경삼림이 개봉한 1994년도는 태어난 필자가 해이다. 나는 옛날 영화도 꽤 좋아하는 편인데 왜 이제야 보게 되었을까? 아마 중국과 홍콩의 영화를 그렇게 많이 보지 않았기 때문일까. 주성치의 영화나 무협 영화 정도를 봤을 뿐이다. 딱히 이유는 없었다. 그저 손이 가지 않았을 뿐. 이걸 보게 된 계기는 블로그 이웃분께서 인상 깊게 본 영화라고 하셔서 흥미가 생겼다. 게다가 그때 극장에서 중경삼림 리마스터 버젼이 상영되고 있었다. 영화에서 우연한 만남으로 이어지는 사랑처럼 이 영화를 시작으로 필자는 양가위의 영화에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그럼 1994년도에 태어난 필자가 2021년에 바라본 중경삼림은 어땠을까? 영화는 크게 두 가지 에피소드가 존재한다. 먼저 첫 번째 에피소드다. AI 활용 설정 어둡고 안개가 가득한 불안한 모습의 배경 영화는 어두운 홍콩을 배경으로 함께 나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우린 서로가 매일 어깨를 스치며 살아가지만 서로를 알지도 못하고 지나간다. 하지만 언젠가 친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의 시작부터 경찰 하지무 (배지 넘버 233) 은 수배 중인 범인을 쫓는다. 손으로 들고 찍어서 흔들흔들거리는 카메라가 시작부터 불안하고 더욱 정신없는 느낌을 영화에 준다.
그리고 범인을 쫓던 하지무는 레인코트를 입고 선글라스를 낀 금발의 여자와 스친다. '우리가 가장 가까이 스치던 순간에는 서로의 거리가 0.01cm 밖에 안되었다. 그러나 57시간 후, 나는 이 여자를 사랑하게 된다.'
여기서 군중은 흐릿하게 표현되고 빛과 카메라의 포커스는 두 사람에게 맞춰져 있다. 사랑에 빠지게 되는 순간에 온 세상 군중 속 두 사람만 존재하는 느낌을 잘 표현했다. 카메라 기법만으로도 두 사람이 사랑하게 될 거라는 걸 암시한다.
그리고 정적인 화면 속 시계는 이날이 1994년 4월 28일 밤 9시를 가리킨다.
그러니까 이 둘이 사랑에 빠지게 되는 건 그러니까 5월 1일 아침 6시다.
하지무가 누군가와 전화를 하고 있다. 통화 내용을 보니 메이라는 여자친구와 헤어진 눈치다. 그는 실연의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눈물이 나지 않을 만큼 조깅한다고 한다. 독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실연 당하면 집의 침대에 틀어박혀서 나가기도 싫은 게 보편적이지 않나? 그런데 조깅이라니. 그리고 무엇보다 정말 잘 생겼다.
4월 1일 만우절에 거짓말처럼 이별을 통보받은 그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여자친구 메이의 변덕이길 기도하며 5월(May, 메이) 1일인 자신의 생일에 돌아오리라 희망하며 5월 1일이 유통기한인 파인애플 통조림을 모으기 시작한다. 그리고 만약 30일 동안 메이가 돌아오지 않으면 그녀를 잊기로 마음먹는다.
한편, 금발 머리의 선글라스를 낀 독특한 그녀는 홍콩의 마약 밀매상이다. 그녀는 특이하게 비가 안 오는 날임에도 레인코트를 입고 밤에도 선글라스를 낀다.
그녀는 백인 보스 밑에서 고용한 인도인들과 함께 마약 밀수 작업을 진행했다. 그런데 갑자기 마약 운반책 역할을 맡은 그들과 마약이 공항에서 사라지고 만다. 그리고 배신을 직감한 그녀는 복수를 위해 권총을 들고 그들과 보스를 쫓는다.
4월 30일. 하지무는 여전히 통조림을 사서 모은다. 그런데 내일이 유통기한인 통조림을 찾는 건 지금이나 이때나 어려운 일이다. 애꿎은 편의점 직원에게 화를 내는 하지무.
폐기되는 통조림 신세가 돼버린 하지무. 그녀에게 그는 수많은 파인애플 통조림 중 그저 유통기한이 5월 1일까지인 통조림이었을까?
마침내 30번째 파인애플 통조림을 얻어내지만 역시 메이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갑자기 파인애플 30개를 모두 꾸역꾸역 먹어치운다. 역시 독하다. 하지만 나중에 모두 게워낸다. 이것은 결국 그는 아직 메이를 잊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AI 활용 설정 통조림의 종류는 여러 개다. 그는 그저 하나의 파인애플 캔이었다. 다른 통조림을 찾으러 떠난 그녀. 이성과는 즐거움만을 공유하는 사이로 남아있을 수는 없을까? 왜 사랑은 항상 누군가가 먼저 식어버리는가. 서로를 이해하고 나면 더 깊은 사랑을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왜 지겨워질까? 결혼으로 서로를 묶어보지만 사랑은 마치 질려버린 파인애플 통조림 같은 것이다. 처음엔 맛있었지만, 계속 먹으면 지겨워지는. AI 활용 설정 파인애플을 모두 먹어치운 그. 잘 생겼다. 그리고 파인애플을 모두 게워낸 그는 술을 마시러 나가기로 하고 그전에, 파인애플에 취해 그간 알고 지냈던 모든 여자들에게 전화를 건다. AI 활용 설정 사귀었던 모든 여자에게 전화를 거는 그. 찌질함의 극치 찌질하다. 그런 찌질함이 여전히 나는 좋다. 세상 모두에게 시크하고 관심 없어도 그녀에게만은 진심이라는 거니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 하나쯤에게는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데 사랑은 둘이서 시작하지만 헤어짐의 슬픔은 온전히 한 사람의 몫이다. 나누어지지 않는다. 시간만이 해결해 줄 뿐.
다른 여자를 만나려고 하는 것도 이게 다 아직도 그녀를 잊지 못했음이라. 아무리 그래도 기억도 못 하는 초등학교 4학년 짝꿍에게까지 전화를 거는 건 좀 그렇다.
하지만 떠나간 사람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AI 활용 설정 모든 것엔 유효 기한이 있다. 모든 건 끝이 있으니, 아름다운 것일까?
이미 읽어버려 서랍장에 차곡차곡 쌓아놓은 책처럼 다시 읽어보지는 않겠지만 이미 내용을 알고 있는 것처럼 사람도 그런 것 같다. 마치 너무 많이 읽어버려 결말을 알고 있는 책이지만, 처음 펼치는 그 순간만은 다시 설레는 것처럼.
사람은 누구나 죽음이라는 유효 기한이 있는데, 날짜가 언제인지 몇 시에 죽는지 모른다. 그러니 순간을 즐기자. 영화의 시간 축이 뒤죽박죽인 것도 의도적으로 장면에 집중하라는 의미라고 본다. 그저 몽환적인 홍콩의 분위기를 즐기면 된다. AI 활용 설정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그리고 그는 바를 향한다. 그리고 결심한다. "이 바에서 처음으로 마주치는 여자와 사랑하기로" AI 활용 설정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그리고 들어온 바에 들어온 금발의 그녀. 동료에게 배신을 당하고 도망을 다니다 보스에게 복수를 하기 전, 취하기 위해 바를 들렀는데, 그가 찾아온다. AI 활용 설정 밤인데 선글라스를 낀 그녀가 들어왔다. AI 활용 설정 파인애플 좋아하세요? "실례지만 파인애플 좋아하세요?"
얼굴이 금성무이기에 가능한 멘트가 아닐까? 그녀의 생김새를 보고 4개 국어로 말을 걸어본다. 파인애플에 대해 묻는 것으로 여전히 그는 메이를 잊지 못하고 있다.
귀찮음을 내비치는 그녀에게 하지무는 밤에 선글라스를 꼈으니 아마 실연을 당해 눈물 자국을 가리기 위함이라고 여겨 자기도 실연을 당했다며 말을 계속 건다. 그리고 전 여자친구는 헤어질 때 자신을 이해해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럼 마찬가지로 나를 이해할 수 없을 거라고 이야기하는 그녀(임청하). 그럼 대신에 자신(하지무)을 이해해보라고 쉼 없이 떠든다. AI 활용 설정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그녀는 생각한다. '이해한다는 것과 사랑한다는 것은 별개다.' 만약에 사랑에 빠지기로 한 그녀가 사실은 마약 밀매상임을 밝힌다면 과연 경찰인 그는 과연 그때도 여전히 그녀를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을까?
게다가 사람은 한 번 이해했다고 해도 그게 다가 아니다. 오늘은 파인애플 좋아했던 사람이 내일은 두리안을 좋아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사람은 계속 변한다.
연인이라고 모든 비밀을 다 털어낼 필요가 없는 이유가 이것이다. 휴대폰 카톡방을 검사하고, 어디서 누구를 만났는지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 사람은 당신을 그만큼 믿고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그저 이해하는 게 사랑하는 거라 믿고 싶을 뿐.
여담이지만 비밀이 가득해 보이는 사람이 매력적이다. 조금씩 비밀을 풀어줘야 호기심이 나의 이미지를 만들고 되레 나의 모든 걸 보여주고 나면 오히려 실망하고 떠나고 말더라. 가만히 보면 부부 사이도 지킬건 지키는 사이가 오래가더라. 어딘가 환상이 유지되어야 하는 부분은 분명 있는 것 같다. AI 활용 설정 결국, 영업이 끝날 때까지 술을 마시는 두 사람 그래서 그녀는 항상 레인코트를 입고 선글라스를 낀다. 언제 비가 올지 모르고 언제 태양이 떠오를지 모르니까.
결국 그들은 영업이 끝날 때까지 술을 마신다. 그녀가 술에 취해 "어디 가서 쉬고 싶다"라는 전형적인 멘트를 날렸는데, 호텔에 도착한 후 정말 그녀는 침대에서 잠을 잔다. AI 활용 설정 침대에서 신발도 벗지 않은 채 잠을 자는 그녀를 바라본다. 그래서 하지무는 그녀를 자게 냅둔채 영화 두 편을 보며 또 무언가를 먹기 시작한다.
나중에 화양연화를 보니 왕가위 감독은 섹스를 암시하는 호텔의 침대라는 성욕의 공간을 종종 무언가를 먹는 식욕을 채우는 공간으로 대체하는 것으로 사랑을 좀 더 순수하게 표현한다. 여기선 샐러드. 화양연화에선 국수. AI 활용 설정 구두를 벗겨 넥타이로 닦아주는 자상한 그. 그는 결국 그녀가 마약 밀매상인지, 어떤 사람인지 혹은 몇 살인지조차 모른 채 그녀의 구두만을 벗겨 넥타이로 닦아준 채 자고 있는 그녀를 놔두고 호텔을 떠난다. 마약밀매상이자 다음날 사람을 죽이는 그녀의 남은 순수성을 지켜주는 하지무. AI 활용 설정 실컷 닦았지만 가지런히 놓아지지 않은 구두. 가지런히 놓아지지 않은 구두는 결국 그들은 여기서 엇갈린다는 것을 상징한다. AI 활용 설정 실연의 아픔을 잊기 위해 생일에 조깅을 하는 하지무 그리고 다음 날인 5월 1일 6시 비가 온다. 생일을 맞아 25살이 된 그는 실연의 아픔을 잊기 위해 비 내리는 운동장을 있는 힘껏 뛴다. 자신의 감정에 이제야 솔직해지는 그. 메이를 잊기 위해 그녀와 연관된 물건인 삐삐를 버린다. AI 활용 설정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그러나 갑자기 삐삐가 울리는데 헐레벌떡 확인하는 하지무. 어제 만났던 마약 밀매상인 그녀가 생일 축하 메시지를 남겨준다. AI 활용 설정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AI 활용 설정 그리고 이 장면. 삐삐로부터 울린 생일 축하 메시지에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는 풋풋한 청년 하지무.
그리고 같은 시각, 그녀는 새로운 연인이 생긴 배신한 백인 보스를 권총으로 살해한다. 세상에 너무도 찌든 그녀와 순수한 그와의 대비. 그래서 이루어질 수 없는 그와 그녀. 그리고 5월 1일 자의 정어리 통조림이 비치면서 영화는 끝난다. 서로 과거를 정리하고 나아가는 그들. AI 활용 설정 총으로 보스를 쏘는 그녀와 그녀를 상징하는 뜯어진 정어리 통조림(설명을 생략한 부분) 여기까지, 과거의 연인을 잊고 마약 밀매상을 사랑하게 된 경찰 하지무의 이야기였다. 이해와 사랑은 별개다. '나'의 모든 걸 이해해 줄 사람은 아쉽게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더 이상 사람에게 기대를 하지 않게 되는 순간, 우리는 조금 더 성숙한 사람이 하게 되지 않을까? 인생은 '나'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찾는 과정이다. 필자도 얼마전에 뒤숭숭했던 마음과 기억을 통조림에 넣어둠으로써 정리했다. 이제는 새롭게 나아가야지.
왕가위 감독은 1994년의 홍콩을 그대로 필름에 담는데 성공했다. 마치 통조림처럼. 하지만 그 시절 홍콩은 이제 없다.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 이후로. 그리고 홍콩 보안법이 통과된 지금은 더더욱. 왕가위의 영화를 통조림처럼 꺼내어 볼 뿐이다.
그리고 매년 5월 1일엔 중경삼림을 보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30,40살의 나는 다른 기분을 느끼겠지. 실연의 극복을 위해 파인애플을 먹는 남자가 있었다면, 이제 비누와 수건에게 말을 거는 남자가 있다. 당장 캘리포니아행 비행기를 타고 싶어지는 두 번째 에피소드다. 개인적으론 더 좋은 에피소드. 그리고 정말 멋진 양조위와 함께. AI 활용 설정 가히 전설적인 등장 장면. AI 활용 설정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금성무는 통조림. 양조위는 야식 신세다. AI 활용 설정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캘리포니아 드림과 몽중인이라는 음악만 들으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는 두번째 에피소드 2부에 이어서. 그리고 화양연화까지. 글을 쓰고 싶은 주제들은 많았는데 전혀 쓰고자 하는 마음이 들지 않았는데 이 포스팅을 시작으로 다시 이어지기를.
아래는 사진의 출처들 : https://intermittentmechanism.blog/2020/06/06/the-disillusionment-of-change-analyzing-the-effects-of-urban-isolation-and-globalization-in-wong-kar-wais-chungking-express/ https://www.medialifecrisis.com/acting-out/popgap-18-chungking-express-1994.html https://m.blog.naver.com/freejudi/40211624399 영화 속 인물들의 관계와 주제를 관통하는 도입부분 하지무의 나레이션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배우들이라곤 ... m.blog.naver.com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kinmasters&logNo=220128312426 https://m.blog.naver.com/95kg/220698037378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kinmasters&logNo=220128312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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